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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팀] Jeremy Kang: 좋은 게임은 감정에서 시작된다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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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3 심 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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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사람들은 왜 게임을 할까
  • 2. 플레이어의 눈으로
  • 3. 공감을 아이디어로 바꾸는 4가지 방법
  • 4. 영감은 어디서나 온다: 경험하라
  • 5. 사람과 AI의 자리

이 글은 제레미(Jeremy Kang)님의 서울대 강연과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MC팀 디렉터 제레미 강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을 잊을 것이고, 당신이 한 행동도 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떤 기분을 느끼게 했는지는 결코 잊지 않는다.”

시작은 이 문장이면 좋겠다.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의 말이다.

나는 이 말이 게임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영화를, 음악을, 게임을 소비하는 이유는 결국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서다. 그래서 나는 새 게임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바로 만들지 않는다. 먼저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왜 이걸 만들어야 하지? 왜 누가 이걸 하고 싶어 할까? 이게 왜 재미있지?

흥미로운 건, 이 질문은 언제나 감정으로 답한다는 것.
“멋있으니까.” “보물 사냥꾼이 된 기분이 드니까.” “이 세계를 탐험하고 싶어질 테니까.”
논리가 아닌 감정적인 이유다.
나는 게임 디자인이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1. 사람들은 왜 게임을 할까

나는 강연을 할 때 마다, 청중에게 왜 게임을 하냐고 물어본다.
실제로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를 조사한 데이터를 워드 클라우드로 띄워 보면,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거기 등장하는 단어 대부분이 감정이라는 것이다.

재미, 짜릿함, 도전, 성취, 이완, 관계.
디자인이 시작되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어떤 감정을 만들어 낼 것인가.

애초에 우리가 콘텐츠나 미디어를 즐기는 이유부터가 감정이다.
쉬고 싶어서,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서, 후련해지고(카타르시스) 싶어서.
게임도 똑같다.

다만 게임에는 한 겹이 더 있다.

바로 상호작용이다.

영화나 음악과 달리,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내가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 어렵지만, 목표는 같다.
플레이어가 내 게임과 부딪혔을 때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 

2. 플레이어의 눈으로

게임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플레이어를 향한 공감을 꼽는다.
이 아이디어를, 이 기능을 플레이어가 왜 좋아할지 상상해 보려는 태도 말이다.

내가 처음 캐주얼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메소드 연기’와 비슷한 걸 했다. 배우가 촬영 내내 배역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그 인물로 살아가는 연기법 말이다.
나는 캔디크러쉬의 하드코어 플레이어, 이른바 ‘고래(whale)’가 직접 되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게임에 빠져 살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다.
게이머인 나와 캔디크러쉬 고래들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나는 여러 게임을 옮겨 다니는데 그들은 오직 하나의 게임만 판다는 것뿐이었다. 하루에 쏟는 시간의 총량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플레이어를 깊이 이해하는 것, 나는 거기서 모든 게 시작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이 배움은 실제 결정으로 이어졌다.

King에서 일할 때, 플레이어 조사를 통해 캐주얼 퍼즐 이용자의 핵심 동기가 ‘즐거움, 시간 보내기, 이완, 도파민 한 방’이라는 걸 알게 됐다.

대부분 쉬려고 게임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간에 쫓기는 레벨은 이 동기와 정면으로 어긋났다.

그래서 우리는 캔디크러쉬에서 시간 제한 레벨을 걷어냈다. 반응은 분명했다.
2018년 이후로 캔디크러쉬에서 시간 제한 레벨은 게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이후 다시 넣자는 제안이 여러 번 올라왔지만 번번이 거절됐다.

플레이어가 무엇을 원하는지 한번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그 기준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3. 공감을 아이디어로 바꾸는 4가지 방법

플레이어를 이해했다면, 이제 그 이해를 실제 게임 아이디어로 바꿔야 한다.
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네 가지로 나눠 생각한다. 

  • 창조(Origination) —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만들어 내기
  • 반복(Iteration) — 이미 있는 아이디어에 요소를 더하고 발전시키기
  • 추상화(Abstraction) — 한 아이디어에서 얻은 개념을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적용하기
  • 융합(Synthesis) — 둘 이상의 개념을 결합해 새로운 하나로 만들기

실무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건 반복과 융합이다.

반복은 이미 검증된 부분 하나를 붙잡아 두고 나머지를 바꾸는 방식이다.
캔디크러쉬에 스토리와 꾸미기를 얹은 『Homescapes』가 그렇고, 반대로 그 꾸미기를 덜어내 더 간결하게 만든 『Royal Match』도 마찬가지다.

매치3 장르가 모바일에서 가장 많은 반복을 거친 이유이기도 하다.

융합은 서로 다른 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인데, 매치3에 RPG를 얹은 『Empires & Puzzles』가 대표적이다.

추상화는 조금 더 과감한 방식이다. 한 게임의 핵심 동기를 전혀 다른 장르로 옮기는 것이다.
“최후의 1인이 된다”는 배틀로얄의 동기는 『PUBG』에서 출발해 『테트리스 99』로, 다시 『로얄 매치』의 라바 퀘스트로 이어졌다. 메커니즘은 장르마다 다르지만, 플레이어의 동기는 장르를 넘나든다.

4. 영감은 어디서나 온다: 경험하라

그리고 이 스펙트럼의 가장 끝에, 가장 어렵고 또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 있다.
아무것에도 기대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하나를 무에서 빚어내는 창조다.
미야모토 시게루나 코지마 히데오 같은 진짜 선구자(Visionary)들이 잘하는 영역이다.
그리고 그런 창조는 결국 영감에서 온다.

미야모토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일화가 있다.
그가 어릴 적 시골 숲에서 길을 잃었던 경험은 『젤다의 전설』이 됐고, 정원을 가꾸다 개미를 관찰한 경험은 『피크민』이 됐으며, 나이 들어 건강에 신경 쓰게 된 것은 밸런스 보드를 쓰는 『Wii Fit』으로 이어졌다. 미야모토는 경험의 가치를 수없이 강조했다.

“날이 좋으면 밖에 나가 직접 경험하라. 개인적인 경험이야말로 중요한 요소다. 그것이 가상의 즐거움과 연결될 때 재미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한다.”

영감은 어디서나 올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게는 다른 게임에서, 다른 매체에서, 매일의 일상에서 끊임없이 감각을 얻는 눈이 필요하다.

5. 사람과 AI의 자리

내가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게임을 이루는 일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실 AI에게 넘길 수 있다.
코딩, 게임 아트, 애니메이션, 사운드, 레벨 디자인, 이펙트 같은 실행의 영역이 그렇다.
이런 일은 갈수록 AI가 더 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넘길 수 없는 자리가 있다.

나는 AI 시대의 게임 개발을 하나의 피라미드로 본다.
맨 위에 의도(Intention), 가운데 원칙(Principles), 맨 아래 실행(Execution).

그리고 이 피라미드의 꼭대기, 즉 의도만큼은 언제나 사람의 몫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꿈과 핵심 비전, 세상에 내놓고 싶은 최초의 아이디어. 이건 사람이 줘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왜?”도, 재미를 알아보는 감각도 모두 여기에 속한다.

AI 시대의 게임 개발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고, 좋은 게임인지 아닌지는 끝내 시장이 답해 준다.
하지만 그 답을 듣기 한참 전에, “이건 뭔가 있다”고 알아보는 감각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 감각이 없으면 테스트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에 아예 닿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감각의 시대에 AI는 무엇을 바꿔 놓았을까.
나는 AI가 내 상상력을 대신한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그 상상을 검증하는 속도만큼은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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