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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First, with Bagels] 뼈대를 아는 엔지니어가 AI를 만났을 때

  • Story
|
2026.05.28 심 혁주

베이글코드의 ‘AI First’는 AI와 함께 성장의 영역을 넓혀가는 여정입니다.
<AI First, with Bagels〉는 그 길 위에 선 동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Vol. 9 – CVS 서버팀 이상민님]
: 팀을 위한 가장 완벽한 인프라를 설계하는 감각

CVS 서버팀 상민님

1. <클럽 베가스> 시작과 함께

<클럽 베가스>의 첫 코드가 서버에 배포됐을 때, 상민님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2016년 7월, 회사가 20명 전후이던 시절에 합류한 상민님은 유니티 클라이언트, 게임 서버, 연출까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있었습니다. 이듬해〈클럽 베가스〉런칭을 함께했고, 서비스가 급격히 커지며 팀이 불어나는 모든 역사 속에서 줄곧 곁을 지켰습니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서버팀의 중심을 잡으며 1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것입니다.
오랜 시간 서비스를 지키며 반복되는 업무가 무엇인지, 어디서 병목이 생기는지, 무엇이 사람 손을 타야 하고 무엇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지, 그 구조를 설계하고 쌓아왔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나왔을 때, 상민님의 반응은 단순한 흥분을 넘어섰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나오는 그 시점쯤부터 특이점이 온 것 같거든요. 항상 얘기하다 보면 이거 하고 싶은데 하는 일들이 머릿속에만 있었는데 이제는 할 수 있겠다. 딱 느낌이 왔어요.”

머릿속에만 있던 것들이 현실 위로 올라올 수 있겠다는 감각이었습니다.


2. 10년짜리 도구를 직접 만들다

상민님이 처음 한 일은 아사나를 대체하는 프로젝트 관리 도구인 ‘Task Manager’를 직접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사나는 CVS 팀이 10년 동안 써온 프로젝트 관리 SaaS입니다.
방대한 데이터가 쌓여 메인 프로젝트가 느려졌고, 중요한 협업 데이터를 외부에만 의존하기보다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을 사내 시스템 안으로 가져올 필요가 있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늘 직접 툴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있었지만, 현실적인 리소스 한계에 부딪혀 미뤄두던 염원이었습니다. 그러다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생산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핵심 협업 도구를 직접 구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항상 필요성은 가지고 있었죠. 핵심 협업 도구를 직접 내재화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라고 판단했어요.”

Task Manager

단순히 비용이나 성능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사내 시스템과 긴밀하게 통합하고, 분석과 자동화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직접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큰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PoC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민님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불편했는 지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0명 넘는 구성원이 매일 쓰는 도구를 갑자기 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 목표는 팀원들이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상민님이 만든 프로그램을 아사나랑 구분을 못하는 게 말이죠.

눈에 잘 안 띄는 인터랙션, 디테일 하나하나를 다듬었습니다.
단순한 내부 툴이 아니라, 프로덕션에서도 완벽히 버틸 수 있는 완성도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처음에는 조금씩 일부만 옮기는 점진적인 전환도 고민했지만 매일 도구를 쓰는 동료들이 오히려 더 헷갈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결국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완전히 긁어와 한 번에 일괄 전환하기로 결단했습니다.
오랜 기간 쌓인 익숙한 습관을 단번에 교체해도 문제없을 만큼 완벽하게 준비하겠다는 설계자로서의 단단한 배려이자 자신감이었습니다.


3. 수도와 전기를 깔아주는 사람

‘Task Manager’의 성공은 더 큰 그림으로 이어졌습니다.
스튜디오에 흩어진 업무 도구들과 일하는 방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사내 워크플로우 플랫폼, ‘CVS OS’입니다.

상민님이 거대한 플랫폼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팀의 히스토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능이 실제로 쓰이는지, 어디서 진짜 불편이 생기는지, 어떤 구조로 데이터가 쌓여야 하는지를 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원칙은 ‘도메인 지식을 누가 가지고 있는가’였습니다. 개발팀이 모든 도구를 만들어 제공하기보다, 각 도메인을 가장 잘 이해하는 실무자가 스스로 도구를 만들고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

CVS OS 화면

“아파트로 치면, 저는 공용 시설을 만드는 거예요. 수도, 전기, 기본 인프라를 깔아주고, 각 집 내부는 입주자들이 알아서 꾸미는 것처럼.”

어떤 것이 공용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것은 각 팀에 맡겨야 하는지, 그 판단이 CVS OS 설계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Apps에 배포된 서비스들은 개발팀을 거치지 않고 모두가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직접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기술의 편리함보다 시스템의 신뢰를 먼저 보장하는 것. 이 철저한 추적성은 상민님이 설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디테일이자, 동료들이 에이전트를 안심하고 쓸 수 있게 만든 결정적인 ‘킥’입니다.

“AI한테 다 위임하더라도, 모든 결정이 감사할 수 있게 기록에 남아야 해요. 누가 언제 승인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넘어갔는지. 그 책임 추적이 없으면 안 되거든요.”

사실 이 감각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닙니다. CVS팀이 10년 동안 쌓아온 일하는 방식에서 왔습니다.

CVS팀이 일하는 방식은 명확합니다. 각자 맡은 일을 하고, 결과물을 올리고, 리뷰를 받고, 다음으로 넘깁니다. 위임하고 검토하는 구조가 기본값이었습니다.

AI가 들어왔다고 해서 이 구조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상민님이 팀원이었을 때는 팀장에게 리뷰를 넘겼습니다. 매니저가 되고 나서는 팀원들의 작업을 리뷰했습니다.

지금은 AI가 일하고, 상민님이 리뷰합니다. 달라진 건 위임 대상 뿐입니다.


5. 구현에서 조율로

위임의 구조는 그대로이지만, 그 안에서 상민님이 스스로 정의하는 역할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기능 하나를 직접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여러 세션을 병렬로 디렉팅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구현은 Claude Code와 Codex에 맡깁니다.
상민님은 단순한 지시를 넘어 왜 이 기능이 필요한지, 어떤 맥락에서 동작해야 하는지, 어떤 제약이 있는지를 명확히 정리해 전달하는 조율자의 역할을 합니다.

CVS팀 상민님

“이제 코드를 처음 마주하는 대부분의 순간도 키보드를 칠 때가 아니라 PR을 열어볼 때입니다.”

직접 코딩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처리량은 비교할 수 없이 커졌습니다.
CVS OS와 Task Manager 같은 큰 프로젝트들을 짧은 시간 안에 직접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상민님의 역할이 ‘구현’에서 ‘조율’로 완벽히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패턴들은 세션이 끝날 때마다 스킬이나 룰 형태로 정리해 두고, 다음 작업에서 재사용합니다.
내가 바뀐 만큼, 다음 단계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듭니다.

6. 다음 고민, 무엇을 만들 것인가

생산 속도가 빨라진 만큼, 역설적이게도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일’의 무게감은 더 커졌습니다.
방향이 어긋난 상태에서 속도만 빨라지면, 잘못된 곳으로 더 빠르게 멀어질 뿐이기 때문입니다.

“생산 속도가 빨라진 만큼, 오히려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됐습니다. 스펙과 기획 문서를 충분히 다듬어두지 않으면 빠른 속도가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멀리 가버리더라고요.”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거를지 판단하는 힘. 이 판단력의 근거는 결국 CVS팀과 함께 흐름을 몸으로 익혀온 10년의 시간입니다. 그 묵직한 경험치가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것입니다.

뼈대가 단단하니 실무를 대하는 템포는 오히려 가벼워졌습니다. AI를 만난 지금, 상민님에게 시도의 문턱은 사라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현실적인 일정 문제로 ‘이건 좀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선을 그어야 했을 일도
요새는 ‘일단 빠르게 만들어 보죠’ 하고 제안해요.
직접 시도해보고 안 되는 진짜 원인을 찾는 게 훨씬 빠르다는 걸 아니까요.”

<클럽 베가스>와 함께 10년을 쌓아온 베테랑이,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처럼 가장 거침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래줄 제일 왼쪽)상민님이 속한 팀 발베니, 2022년 첫 게임잼에서 우승한 뒤 기념촬영.

에디터 한 마디
상민님은 AI를 배운 것이 아닙니다. 온 몸으로 익혀온 설계의 감각, AI는 이를 단숨에 현실로 꺼내놓은 증폭기였을 뿐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빨라져도 결국 본질은 같습니다. 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단단한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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