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게임잼 우승팀 미국 여행기(feat. 발베니팀)

심 혁주

2023년 10월7일 오전 9시 로스엔젤레스(LA) 공항.
인천발 비행기 도착 소식과 함께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일곱 남자.

5개월 전에 열린 사내 게임잼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한 발베니팀입니다.

클라이언트 개발자부터 데이터 애널리스트, 전략까지 완전히 다른 일곱 명의 팀원이
합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기돼지삼자매’를 키워내면서 끈끈한 팀워크를 넘어 전우애까지 느꼈다는 발베니팀은 우승 이후 독립 스튜디오 AIG를 출범시킬 만큼 게임잼에 진심이었습니다.

아기돼지삼자매
:익숙한 전래동화 스토리에 매력적인 AI 아트를 입힌 서브컬쳐 시물레이션 게임.

상민님(CVS): 현업으로 바쁜 와중에 색다른 경험을 준 게임잼 자체로도 많은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고생한 팀원들과 미국까지 오게 되니 회사를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hater 1. Los angeles

약 11시간 동안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LA. 첫날은 가볍게 로컬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15시간 걸쳐 도착한 LA에서의 첫 목적지는 무려 ‘한인타운’ 스크린 골프장입니다.

한국인이 골프치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한 미국인이 셔터를 누르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LA타임즈 기자라고 합니다)
다음날 신문에 난생처음 골프채를 잡는 원이님의 당황한 표정이 나왔을지 모르겠네요.

스크린골프 치는 원이님. 현지 지인집에서 즐긴 바베큐 파티

한인타운을 나서며 이제는 미국스럽게(?) 놀아야겠다고 다짐한 우리는 차근차근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해보기로 했습니다.

1일차: 첫번째는 미국하면 떠오르는 차고(garage)가 딸린 가정집.
현지 지인 집을 방문했습니다.

잔디 깔린 정원을 배경 삼아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있으니 제대로 미국에 온 기분이 듭니다.

프라이빗 수영장이 있는 단독 별채 숙소. 이곳에서 3박 4일을 머물렀습니다.

2일차: 야마바흐 리조트 카지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됩니다.

<클럽베가스> 덕분에 슬롯머신은 익숙했지만 실제 카지노 규모에 눈을 땔 수 없었습니다.
많은 카지노를 가 본 팀원들도 이만한 스케일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2개 층 전부 카지노로 조성돼 있는데, 한층 만해도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를 압도합니다.
수천대의 슬롯머신 숲 속에서 수백가지 종류의 머신을 구경하다보니 금방 시간이 가더군요.

끝날 때까지 잭팟을 보진 못했지만 장소가 주는 위압감 때문인지 가상세계에 온 듯 취해있었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5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슬롯 머신에 빠진 영식님

3일차: LA에 왔으니 디즈니랜드를 빼놓을 수 없겠죠.

가격도 비싸고 디즈니 팬도 아니었지만 온 김에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기에 표를 끊었습니다.(티어별로 가격이 다른데 제가 간 10/9(월요일)은 Tier 5였어요)

디즈니랜드 어트랙션

디즈니랜드는 Disneyland Park 와 Disney California Adventure Park 2가지가 있는데, 욕심 내서 두 개 다 가보기로 결정했어요.
대기시간이 길었지만 아침 일찍 출발해 마지막 불꽃놀이까지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디즈니랜드 불꽃놀이

신나게 즐기다보니 벌써 여행의 절반이 흘렀네요.

4일차: 라스 베이거스로 이동하기 전 글로벌 게임사 라이엇게임즈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지인 찬스로 초대권을 획득해 오피스 투어에 참여했는데요.

라이엇게임즈 본사

리그오브레전드부터 발로란트까지 수많은 캐릭터와 아이템 전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챔피언 스킨을 할인받기 위해 유저들이 그려 보낸 팬아트 전시를 보니, 10년 넘게 플레이한 유저로서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베이글코드도 언젠가는 유저와 게임 공통의 추억이 깃든 행사를 진행하기를 염원합니다.

LA 랜드마크 할리우드 사인 앞에서 한 컷

LA에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라스 베이거스로 향합니다.

무모할 수 있지만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해보기로 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30분 넘게 되돌아 오기도 했는데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끝없이 펼쳐진 산맥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다보니 불안함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Chapter 2. Las vegas

해가 지고 나서야 호텔 라운지에 도착했는데요.

5시간 넘게 오프로드를 달리며 쌓인 피로에 당장이라도 눕고 싶었지만 도시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각성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카지노의 도시답게 라스 베이거스는 매일매일이 축제였습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돌아다녀도 새로운 이벤트가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은 덤이었구요.

숙소였던 Paris를 포함해 G2E 가 열린 Venetian, Mirage, Bellagio, Cosmopolitan 등 각 호텔들의 다양한 컨셉의 카지노를 구경하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를 보는 것 만으로도 머리를 감싸고 환호 할만큼 대리만족 했습니다.

여담으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도 슬롯 머신이 있었습니다. 게임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었으나, 직원이 직접 돈을 세서 Cash out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5일차: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일정인 G2E 관람.

G2E 행사장에서 단체컷

G2E
:매년 9~10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카지노 전시 박람회이자 축제다. 약 500여 개 이상의 카지노게임 업체들이 참여하여 각종 게임기기 및 관련 제품들을 전시하며, 카지노 게임 이벤트와 대회 등을 진행한다.

저는 2016년 이후 두번째 방문인데, 7년 동안 피쳐와 슬롯들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Light & Wonder 에서 발표한 오징어게임 슬롯이었습니다.

오징어게임 슬롯머신

여전히 Aristocrat의 Buffalo 시리즈가 많이 보였고, 타임 보너스류는 처음 봤는데 흥행한 것 같진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Bluberi 의 Devil’s Lock 과 여러 베리에이션 슬롯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에게 나눠준 게임머니 쿠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잊지 못한 순간은 사실 이날입니다.

회사가 우리에게 멋진 여행을 선물해준 만큼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회사 대표작인 <클럽 베가스> 홍보를 위해 한국에서부터 로고 인형탈을 공수해왔고, 라스베이거스 한 복판에서 시민들에게 게임머니 쿠폰을 나눠줬습니다.

게임 쿠폰을 확인하는 시민

처음엔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이 생기니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홍보할만한 경쟁력을 가진 우리 게임이 있다는 벅차오름 덕분에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구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7일차: 드디어 마지막날. 피날레는 MSG 스피어가 장식했습니다.

개장한 지 보름 밖에 안된 신상 공연장입니다.

MSG스피어
:지난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완공된 ‘MSG(매디슨 스퀘어 가든 컴퍼니) 스피어’는 지름 150m의 구형 공연장이다. 공연장 내벽과 건물 외벽 전체에 16K 고화질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LED 패널이 설치돼 있다.

MSG 스피어

10/12 목요일 저녁, 2가지 공연 옵션이 있었는데요.
논의 끝에 Darren Aronofsky의 Postcard from Earth를 관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U2는 다음 기회에…)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다같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영상인 줄 알면서도 4D 효과를 직접 경험하니 저도 모르게 손을 뻗고 있더라고요.
2시간 동안 게임 아바타가 된 듯한 경험을 마치고 다시 현실로 복귀했습니다.

MSG 스피어 공연장 내부

일주일 간 꿈 같은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쉬움을 삼키고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했네요.


평소 다른 팀원들과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눴지만, 현업에 몰두하느라 게임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이렇게 회사가 판을 깔아주고 1부터 100까지 게임 기획, 제작, 유저의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거기다 보너스로 오는 엄청난 보상까지.

베이글잼은 평소 머리 속으로만 그렸던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무대이자, 본인도 모르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내년에도 많은 분들이 느껴보시기를 바라며 이번 우승팀 여행 후기를 마치겠습니다.